러시아가 시리아에 무혈입성 했다… 트럼프 덕분이다
러, 중동 외톨이서 중재자 부상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and Turkish President Recep Tayyip Erdogan agreed to a Syria deal described as 'historic' [Al Jazeera] 

냉전 종식 후 30년간 유지됐던 미국 일극의 세계질서가 ‘이익이 없는 곳에는 개입도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신고립주의’와 함께 저물어가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터키 접경 시리아 내 설치한 ‘안전 지대’에서 쿠르드 민병대 완전 퇴각한 뒤 러시아·터키 양국 군대가 해당 지역에서 공동 순찰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미군이 떠나 만들어진 힘의 공백을 메우며 시리아에서 ‘지배적’ 세력으로 자리를 굳혔다. 영국 공영 BBC는 푸틴 대통령이 중동의 외톨이에서 중재자로 힘을 키웠다고 최근 평가했으며, 일간 더타임스도 그가 중동의 최대 중재자로 부상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는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의 상징적 수도 락까 등 시리아 북부와 북동부 요충지를 총 한발 쏘지 않고 무혈 입성했다. IS의 상징적 수도 역할을 한 락까는 2017년 10월 쿠르드 민병대를 주축으로 한 ‘시리아민주군’(SDF)이 많은 피를 흘리며 IS를 소탕하고 장악한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결정한 지 불과 16일 만이다.

미국의 ‘배신’으로 쿠르드 세력의 독립 또는 자치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시리아 쿠르드는 2012년 시리아군이 반군과 싸우느라 북부에서 철수한 이후 아사드 정권과는 거리를 둔 채 사실상 자치를 누렸다. 2014년 쿠르드 민병대가 IS 격퇴전에 동참하면서 미국과 손잡은 후 자치의 열망을 한층 키웠지만, 미군 철수로 2012년 이전으로 되돌아갈지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은 황급한 철군으로 5년간 시리아에서 구축한 영향력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내준 꼴이 됐다. CNN은 미군 철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준 ‘선물’이라면서 “최대 패배자는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황급한 철군 결정은 IS 격퇴전 등으로 5년간 미국이 시리아에서 어렵게 구축한 영향력을 스스로 내버리는 행보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철군 결정 과정에서 자국의 제임스 제프리 ‘시리아·반(反) IS 동맹’ 특사와 어떠한 상의도 거치지 않고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심사숙고를 거치지 않은 즉흥적 결정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보낸 크루드 공격 만류 서한이 터키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쓰레기통에 버려졌다는 보도도 이날 터키 외무장관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 중동의 역학 구도에서 미국이 처한 위상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코리안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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