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의 상담이야기 13] 건강한 선택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 만남은 아이의 성적과 학습 태도 등을 주제로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담임 선생님은 아이의 학부모에게 아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행동을 설명하였습니다. 그것은 아이가 쉬는 시간마다 교실의 후미에 가서 물구나무를 선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그런 행동을 발견한 후,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구나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아이의 어머니에게 집에서도 아이가 물구나무를 서는 행동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집에서도 아이가 혼자 있으면 가끔 물구나무를 서는 버릇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나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어떻게 해서 저런 습관이 생겼는지 의아해하였습니다.

그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아이의 아버지가 슬그머니 대화에 끼어 들며 말했습니다. “사실 내가 어린 시절에 저랬습니다. 부모님께서 하루 종일 일하러 나가시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심심하구, 그렇다고 가지고 놀 것도 마땅치 않아서 종일 물구나무를 서며 혼자 놀곤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선생님과 아이의 어머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아버지가 아이에게 물구나무 서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더구나 아이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의 물구나무를 하는 것을 지금은 더 이상 하지 않는데도 아이가 어떻게 그것을 알고 그런 행동을 지금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지,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참으로 신기해면서도 적잖이 당황스러워 하였습니다.

사실 아이의 이런 특정한 행동과 습관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자연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충분히 예견될 수 있습니다. 상담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서 다세대 전수 과정(Multigenerational Transmission Process)이라고 부릅니다.

다세대 전수 과정이란 가족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과거 세대의 행동양식과 정서적인 기능 그리고 행동패턴들이 가족의 규칙과 구조 그리고 투사를 통하여 다음 세대에도 반복되며, 그 다음 세대에도 또 역시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아마도 아이가 물구나무를 서는 습관이 아버지의 어린 시절에 자주 했던 아버지의 특정한 행동약식이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아이에게 전수되어 나타난 것이라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이 과거의 어느 한 순간에 일어난 현상일지라도 말입니다.

다세대 전수는 과거 세대의 긍정적인 행동양식이나 생활패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행동방식과 생활패턴도 다음 세대에 전수됩니다. 그래서 다음 세대의 자녀들에게 이왕이면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원한다면 현재 자신이 반복하는 정서적인 기능이나 행동패턴 등을 면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 세대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현상과 패턴의 원인을 과거 세대의 잘못으로만 돌려야 하는가?

현 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오로지 과거 세대로부터 전수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세대에게는 과거 세대로부터 전수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전수를 받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의 결과에 따라 현 세대가 얼마나 풍성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것인지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택에 대한 결정은 자신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건강한 상태에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최민수 목사
The 낮은 교회 담임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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