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의 상담이야기 29] 쿨 하게 거절하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감정들 가운데는 하나는 부끄러움입니다.

사람들이 언제 부끄러움을 경험합니까?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중을 받지 못하다고 여길 때,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대화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대화는 자신이 자신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서 거절을 경험하면 자신의 존재감마저 상처받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절은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표현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평상시 거절을 주저하시는 분들 가운데 할 수만 있으면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거절을 잘 못합니다. 이러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은 가급적이면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을 심어주기를 원하고 상대방이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에는 없어도 어떨 수 없이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자신의 기대와 바램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의 욕구에 자신을 맞추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때때로 이런 분들의 마음 기저에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상대방으로부터 내가 원하지 않는 부탁을 요구 받거나 상대방의 요구에 응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바램과 반대되는 행동으로 인해서 심한 자괴감에 빠집니다.

거절하는 것은 절대로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거절은 상대방과 관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의사표현이기도 합니다. 또한 거절을 표현함으로써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를 자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거절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거절의 지혜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한데도 부탁을 받았다고 거절 못하는 것은 착한 것이 아니라 오지랖이 넓은 것입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부탁이라는 판단이 섰다면 상대방에게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을 간단하고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장황하고 주절주절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괜히 길게 설명하게 되면 마치 변명처럼 상대방에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다음 부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기 위해서도 간단하면서 솔직하게 상황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내가 거절을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절로 인해서 상대방이 나에게 좋지 않은 생각과 감정을 품을 수가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힘들어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상대방의 몫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들이 거절을 잘 못하는 경우가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까지 책임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가지는 생각이나 감정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거절하고 나서 그 이후에 상대방이 어떤 요구를 부탁할 경우, 그래서 그 일이 내가 가능한 경우라면 얼마든 승낙할 수가 있습니다.

거절을 경험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절하는 것은 단지 그 사람의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서 거절하는 것 일뿐 그것이 나의 존재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거절을 경험하고 거절하는 과정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나의 생각과 감정을 지켜 나가는 것이 소중합니다.

최민수 목사
The 낮은 교회 담임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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