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거부한 트럼프, 연설문 찢은 펠로시
트럼프 '신년 국정 연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오후 9시(동부시간) 신년 국정 연설(State of the Union)을 했다. 재임 중 세 번째이자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한 마지막 신년 국정연설은 트럼프의 일방 행보와 그에 대한 민주당의 깊은 불신과 경멸감, 어느 때보다 깊어진 미국의 분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미리 준비해 온 연설문 2개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각각 건넸다. 관례에 따른 것이었다. 연설문을 받은 펠로시 의장은 오른손을 트럼프를 향해 내밀었지만, 트럼프는 눈길도 주지않은 채 무시하고 등을 돌렸다.

트럼프 연설은 78분간 이어졌다. 연설 내내 펠로시는 고개를 숙이고 연설문을 들여다보거나 연설문을 이쪽저쪽 뒤적였다.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공화당 의원들은 수 차례 기립 박수를 쳤으나 펠로시와 민주당 의원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님,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의석에선 공화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바로 그 순간, 연단 뒤쪽의 의장석에 있던 펠로시는 트럼프 연설문을 높이 들어 올리더니 힘껏 찢었다.

행사가 끝난 뒤 왜 그런 행동을 했냐는 기자들 질문에 펠로시는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에 비해 그나마 예의 바른 행동이었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하원의장에게 건넨 연설문도 기록을 위해 보관해야 한다. 하원이 찢어진 연설문을 붙여서 보관할지, 백악관에 새 연설문을 요청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펠로시가 이날 택한 의상도 민주당 초선 여성의원들이 트럼프에게 반기를 들때 입는 색상인 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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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충돌은 하원의 대통령 탄핵조사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가 연설한 하원 본회의장은 48일 전 하원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곳이다. 또 다음날인 5일 상원은 탄핵 심판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었다.

대통령은 펠로시가 자신에 대한 탄핵조사를 개시하고 주도한 점에 대한 불쾌감을, 펠로시는 대통령이 상원에서 무죄 선고를 앞둔 점에 불만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평소 트위터에서 펠로시를 '미친 낸시'라고 불러왔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의 대부분을 자신의 경제 치적과 이민정책 및 외교·안보 정책의 ‘성과’를 한껏 부풀리며 자화자찬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취임 순간부터 나는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면서 "그 결과 일자리를 없애는 수많은 규제를 줄이고, 역사적이고 기록적인 감세를 시행했으며,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합의를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한 뒤 3년 만에 7백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실업률은 지난 반세기 동안 최저로 떨어졌다. 과감한 규제 완화로 미국이 세계 1위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서명, 중국과의 무역 합의, 미군의 새로운 부대인 우주군 창설, 반이민 정책 등을 성과로 제시했다.

CNN은 두 사람의 ‘불화’를 이날 국정연설의 ‘4가지 순간’ 중 첫 순위로 선정했다.

[코리안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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