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의 상담이야기 27] 당신의 유리잔은 무엇입니까

류시화 시인이 저술한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란 책에 보면 이런 예화가 있습니다.

한 수도사가 수도원 원장에게 수도원을 떠나겠다고 말했습니다. 수도원 원장이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곳의 수도사들은 너무 말이 많습니다. 수도 생활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수도사들에게 비난이나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나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나는 이런 곳에서 수도 생활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수도원 원장이 말했습니다. “자네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네. 그러나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그것이 무엇입니까?“ 수도원 원장이 말했습니다. ”물을 가득 채운 유리잔을 들고서 수도원을 세 바퀴만 돌아 주게. 단, 물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되네. 그 다음에는 떠나도 좋네.“

수도사는 이상한 부탁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래 걸리지도 않는 일이라 부탁대로 했습니다. 유리잔에 물을 가득 따라 손에 들고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수도원을 돌았습니다. 세 바퀴를 돌고 나서 원장에게 와서 말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마쳤습니다.“ 그가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순간 수도원 원장이 물었습니다. ”유리잔을 들고 수도원을 돌 때, 혹시 수도사들이 비난하는 소리를 들었는가?” “아닙니다.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수도원 원장이 말했습니다. ”자네가 사람들의 비난을 듣지 못한 이유를 아는가? 그대가 유리잔에 마음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네. 자네가 물을 쏟지 않기 위해서 온 마음을 기울였기 때문에 어떤 소리도 그대의 귀에 들리지 않은 것이네. 자네가 어디를 가든, 비난과 욕은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을 것이네. 그러나 그때마다 내가 들고 있는 유리잔에 집중해야 하네. 그러면 어떤 것도 자네를 방해하지 않을 것일세.“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을 살아가는 자신들만의 목적이나 인생의 철학이 있습니다. 목적이나 철학이 분명할 때,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인생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습니다. 상담실을 방문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본인이 생각했던 인생의 방향에서 이탈하거나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리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상담이란 잃어버린 인생의 목적이나 본인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을 되찾아주는 작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상담 도중에 내담자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 당신이 살아가는 것은 당신의 인생에 대한 목적이나 철학에 부합하는 것입니까?” 그렇게 제가 질문하면 대부분의 내담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인생의 목적이나 철학을 잃어버렸음을 자인합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잃어버린 삶의 목적과 철학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들을 만나고 경험합니다. 어디를 가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늘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어려움들 속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서두에서 예화를 들었던 수도사의 경우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목적이나 철학에 집중해서 살아간다면, 나를 에워싸는 어떠한 소리들도 나에게는 의미있는 소리로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나를 둘러싼 소리들에 내가 일일이 반응한다면, 이것만큼 피곤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없습니다.

혹시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이나 철학을 잃어버리셨습니까? 그렇다면 다른 무엇보다 그것부터 어서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수도사가 집중할 수 있는 당신의 유리잔과 같은 인생의 철학이나 목적은 과연 무엇입니까? 

최민수 목사
The 낮은 교회 담임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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